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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도리맛치이이이"
방심하고 있으면 언제나 등 뒤에서 와락 달려들어, 달라 붙는다.
눈에 띄는 노오란 머리에, 여자애 처럼 긴 속눈썹, 남학생 치고는 조금 높은 톤의 목소리, 말랐지만 제법 근육으로 다져진 데다가 얼굴도 반반한 탓에 이목을 모으는 소년은 오늘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달라 붙어서 제 이야길 떠들어 댄다.
"아오미넷치가 나 괴롭혀요-!"
거기다 자기가 인기 있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어서 솔직히 말하면 재수도 없었고. 본인이 잘난 것도 있어서 상대방을 깔보는 경향도 제법 있었고, 다만 한번 인정한 사람에게는 제 식의 애칭을 불러가며 엉겨 붙곤 한다. 인정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었다, 키세 료타라는 사람은.
그래서-……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누구의 시선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표현에 솔직한 소년은 장소에 상관없이 늘 달라 붙곤했다. 주요 대상은 아오미네와 쿠로코였지만 그 외의 사람에게도 자주.
그런 그의 기행이 조금씩 익숙해 질 무렵이었다.
『미도리마는―, 키세에게 무르네.』
그때도 엉겨붙는 키세를 쫓아내었을 때였는데, 키세가 연습에 복귀를 하자 아카시가 곁에서 물어 왔었다. 본인도 적당히 연습을 하고 왔었는지, 적땅히 땀이 난 상태였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거야,
키세가-, …녀석이 멋대로 곧잘 영거 붙어 올 뿐이라는 거다.』
『혹시, 자각이 없는 거야?』
무르다니-,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일이었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를 결코 봐준 적은 없었고 항상 내쳐도 엉겨붙어 오는 것은 키세쪽이었으니까.
『…-무엇이, 인거야,』
『아니야-. 모르고 있다면 됐어.
…-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가버렸기에 아카시와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덥다는 거야, 키세."
상념에서 벗어나, 살짝 키세를 밀어내며 말했다.
"넘햇! 미도리맛치까지 그러기예요?
우우-, 거기다 내 이야기도 전혀 듣지 않고 있었죠-?"
부루퉁한 얼굴을 하더니 이내 찡찡 되는 키세를 보니 조금 난감해졌다. 키세는 좀 여고생 같은 점이 있어서 이렇게 툴툴 되는 일이 있었다 적당히 달래지 않으면 한동안 삐쳐 있을 것 같아,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려고 손을 들었을 때였다.
"료타-."
평이한 어조로 키세를 부르는 목소리에 뾰루퉁하던 얼굴이 사라지고 키세의 얼굴에 웃음이 만개했다.
"아카싯치!"
한순간의 지체도 없이 저에게서 떨어진 키세는 곧바로 아카시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늘 그래왔듯이 엉겨붙었고 그런 키세를 토닥여 주었다. 키세에게 무른 것은 자신이 아니라 아카시였다.
비어버린 자리 탓에 사라진 온기가, 아쉬웠다. …아쉬워?
방금전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던졌다. 대체 무엇을 아쉬워한단 말인가. 열기를? 사람의 온기를? 아니면-…… 무엇을.
순간 키세에게 시선이 갔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없다. 그럴리가 없다. 재차 되뇌이며 등을 돌렸다. 운기가 떨어진 탓일 거다. 다시 럭키 아이템으로 운기를 보충하면-… 이런 생각을 들지 않을것이다.
* * *
쓸데 없는 것을 자각해 버린 듯 하다, 터무니 없는 의문에 불과 했지만 의식해 버린 순간, 저도 모르게 키세를 신경쓰게 되었다.
키세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아오미네나 쿠로코에게 엉겨 붙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습은 그럭저럭 자신의 할당량은 채우고 있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아카시와 있는 때가 잦다는 거지만-, 애매한 정도라 딱히 이렇다 하기 힘들었다. 내용도 특별히 영양가가 있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연습이 끝난 것은 저녁무렵, 여름이 되어 해가 길어져 하늘은 아직도 붉었다. 개인적인 용무가 있어 다른 이보다 늦게 귀가 하게 되었다.
빨간 신호에 발걸음이 붙잡혀 횡단보도 앞에 섰다. 쌩쌩 지나가는 차들 사이로 건너편의 무언가가 시선에 들어왔다. 하늘색의 눈 익은 교복 한 쌍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입을 맞추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된거 아니라면 그들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맞을 것이다.
"…"
아릿하게 오는 가슴께의 통증에 실소했다. 뭘 이제와서-. 넌센스 퀴즈의 답을 알아 낸 것처럼 어이가 없고 허탈했다.
키세 료타를, 좋아하고 있었다.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 이었다면 쉽게 안겨오게 하지 못하게 했을 거였고, 안겨오더라도 금방 떼어냈을 거였으며 그의 심기에 대해 생각할 리가 없었다. 아마도 붉은 색은 그 사실을 알고서 말을 건 것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대화를 끊어버린 것도. 마지막 한마디도 방금 그 모습에서 증명 되었다.
…이럴거라면 차라리 자각하지 않은 것이 좋았다, 아니면 아니면 조금만, 조금 만 더 일찍 알았었더라면…
…—오늘은 조금 돌아서 귀가해야 할 것 같다.
.
.
.
입술을 떼고 나니, 료타의 얼굴에는 석양빛이 옮겨왔다. 한껏 붉어져서는 조금 쑥쓰러운지 멋적게 웃는 소리도 들렸다.
분명 건너편에… 언뜻 보았던 초록색이 떠올라 초록 신호로 트여진 건널목 건너편을 바라보니, 비어 있었다. 잘못 봤을리는 없으니 이미 자리를 뜬 모양이었다. 아마 그 위치 였다면 아마도 정면…
"나쁜 짓을 해버렸는지도."
아주 정통을 봤을 터였다.
"네? 뭐가요?"
곁에서 료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를 바라보는 료타에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리 사람 좋은 성격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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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으로 연성할려고 그랬는데 ㅜㅜ. 이런이상한게 되었어요 죄송해여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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