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적황]Rakuzan nights-2-
Chapter01. Another Akashi Seijyuro-2-
어쩐지 포근한 느낌에 눈을 뜨니, 값비싸보이는 부드러운 천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에서 부터 내려오는 천은 침대 밑까지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어라-,
기적을 뒤져보아도 캐노피가 있는 침대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건. 누구의 침대란 걸까. 점자 맑아지는 머리로 상황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일어났어?"
그리고 아주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리웠던 얼굴이 보였다.
"아카싯…치?"
분명 그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보니, 기억속의 그와는 달랐다. 햇빛에 비치는 따사로운 붉은빛 머리에 조금 짧아진 앞머리, 예쁘지만 오싹한 느낌의 빨갛고 노오란 오드아이, 자신보다도 훌쩍 커버린 키에,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아카싯치?"
기묘한 호칭에 모른다는 듯 다시한번 되묻는 남자를 보고, 판단했다. 이 남자는, "그"가 아니다. 괜히 어깨에 힘이 쫙 빠졌다. 너무도 닮은 모습에 살짝 기대해버린 탓이었다.
숨기는 기색도 없이 실망한 표정을 그대로 보이는 료타에게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너무 노골적으로 실망하는군."
그야 료타에게는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헌데 이 남자의 목소리가 낯이 익다. 그의 목소리와 닮은 것 뿐이 아니다. 뭔가-, 더…
"아앗…!"
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은 정신을 잃기전의 기억이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목소리는 똑똑히 기억했다. 자신에게 날붙이를 휘두르던 그 사람이었다.
순간적으로 생각난 것에 놀라 남자에게 손가락질하니 남자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사람에게 손가락질 하는 건 좋지못한 행동이야."
"초면에 날붙이 휘두른 사람이 할 말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뭐예요? 그렇게 휘둘러 놓고 날 데려와서… 호, 혹시!"
이불을 잡아 가슴께로 들어올리는 료타를 보고 남자가 입을 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건 아니야. 단지 치료를 해주려고."
"-왜요?"
"나는 자애로운 사람이니까,"
자애는 개뿔이.
"자기가 낸 상처를 치료하는 사람을 자애롭다고 말하진 않거든요?"
료타가 셀쭉한 표정을 지으며 쏘아붙이니 남자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난 꽤 자애롭다고 생각하는데."
료타가 피력한 의견이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좀더 무어라 말할려다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른 화제를 꺼내기 위해 입을 벙긋 했을 때였다.
"그런데-, 내 질문엔 대답하지 않는 건가."
"질문이요?"
"아카싯치-라는거."
"아-, 뭐 좋아요.
아카싯치라는 건 내가 부르는 애칭이예요. 아카싯치는 그쪽보다도 훠어얼씬 더 멋지고, 자상하고 예쁘고 유능하고… 아무튼, 그런 사람이예요! 됐죠?"
한껏 애인자랑을 하고 뿌듯하게 됬냐고 묻는 료타. 조금 붉어진 양뺨을 발견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애인-?"
"에, 뭐…그렇죠?"
남자의 질문에 더 발갛게 뺨을 물들이는 료타를 본 남자가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일단 치료를 위해 데려오긴 했지만… 너만 좋다면 이곳에 머물러도 좋아."
"아-,
음, 역시 원래 있었던 곳으로 갈래요. 아카싯치가 와준다고 약속했었고."
"거기? 혼자서 괜찮겠어? 많이 무서워 했던거 같은데, 어짜피 데리러 온다면 장소를 바꾸더라도 상관없을거 같은데."
"그, 그런가."
숲에 혼자남겨진 것이 많이 무서웠던지 남자의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사람 입장에서도 그런 위험한 곳보다도 이런 안전한 곳이 낫지 않겠어?
뭐 돌려주는 건 둘째치더라도."
"우으-...."
료타가 고민하는 눈치하자, 남자가 끝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아카싯치의 이름도 알려줘-, 그 사람을 찾으면 바로 연락할 수 있게."
"이름이요?"
조금 머뭇거리던 료타는 이내 순순히 입을 열었다.
"아카시 세이쥬로(赤司 征十郞), 아카싯치의 이름이예요."
료타의 대답에 역시나하는 미소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우연이네-,
내 이름도 아카시 세이쥬로(Akashi Seijyuro)거든."